소일 ; 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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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꾼 꿈/좋은일이 생길거예요.

<좋은일이 생길거예요.>

Edith Han 2021. 1. 7. 22:55

제 첫번째 시리즈가(<Hello, stranger.>) 나와서 이 작업으로 졸업전을 하고 싶었는데

미대의 졸업전은 졸업 논문임과 동시에 학과 교수님과 상의해서 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인지라

교수님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했어요.

교수님과의 의견 차이는 많은 미대생들이 통과의례처럼 겪는 일인데 교수님은 제가 그동안 꾸준히 해왔던 디테일하고 꽉 찬,

복잡한 그림보다 단순하면서도 제가 그리면서 재미를 느끼는 그림을 그리길 바라셨어요.

사실 저는 재밌었는데... 교수님은 뭔가 그동안 봐 왔던 것 말고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기를 바라셨던 것 같아요.

 

그건 저한테는 너무 힘든 일이었는데 매번 해오던 잘하는 걸 버리고 갑자기 과감하게 단순하면서 여백의 미가 있는

새로운 스타일을 졸업전 심사가 코앞으로 다가 온 날 만들어 내라니... 저한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어요.

 

사실 졸업전을 준비하는 기간에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어서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한 상황이었는데

이제 실마리가 좀 풀렸다 싶었던 졸업전 시리즈까지 말썽을 피우니 몸에 이상 신호들이 오기 시작했었죠.

당시 저는 원형 탈모랑 대상포진까지 왔었는데 더더군다나 졸업전때문에 쉴 수도 없는 상황이라 몸 상태는 최악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나온 제 두번째 시리즈가 <좋은일이 생길거예요.>입니다.

이 작업을 한 건 졸업전 첫번째 심사를 앞둔 시기였는데 졸업전 하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면

첫번째 심사에서는 100호(F화판기준 - 162.2cm X 130.3cm) 6개를 각기 다른 스타일로 그려서 교수님들께 강평을 받고

각기 다른 6가지 스타일 중 가장 괜찮은 스타일의 작업을 한 두개를 뽑아서 다음 2차 심사 때 다시 6개를 작업하게 돼요.

그 6개 중 2점을 최종적으로 다듬어서 졸업전에 걸어요.

그런데 문제는 각 심사 기간이 굉장히 짧다는 거예요. 더군다나 100호는 실제로 보면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요.

거기다 작업을 하려고 화판 앞에 앉으면 제가 굉장히 작아지는 느낌인데 그거를 일주일 안에 6점을 그리는게

솔직히 말이 안되는 일이거든요. 그나마 저는 졸업전을 준비하는 학기 전 방학때도 학교에서 계속 작업을 해서

그런대로 6점을 그리기는 했는데 완성도 면에서 시간이 촉박한건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시간도 없는데 그냥 하나만 그리자.'하는 심정으로 화면 가득 양귀비 꽃을 그린 거 였어요.

 

<좋은일이 생길거예요 #4>
<좋은일이 생길거예요 #3>

 

완전 초기에, 1차 심사 때 그린 작업은 커다란 화면 가운데 양귀비 꽃 한 송이만 있는데

위의 작업들은 2차 심사에서 최종적으로 간택 돼 졸업전에 건 작업들이에요.

 

<졸업전>

과정은 진짜 전쟁같았는데 어떻게 어떻게 졸업전을 치르니 감개무량했어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뿌듯하기도하고 후련하기도하고 만감이 교차했어요.

실기실에 처박혀서 작업하던 날들이 스치고 드디어 끝나서 후련한 마음이 컸던것 같아요.

그런 힘든 날들이 지나서 이제는 좋은 일들만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 제목을 지었습니다.

 

 

저는 원래도 꾸준히 꽃 작업을 참 많이 하는데 우리는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잖아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그저그런 하루를 보낸 평범한 날이어도 제 작업을 보는 모든 분들이

꽃을 선물 받은 것 같은 특별함을 느끼시길 바라요.

 

제 작업을 보는 모든 분들, <좋은일이 생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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